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양쯔강 돌고래 변호사의 연탄한장 시낭송이 인상깊었는데요
안도현시 연탄한장은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시 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탄 한 장 (안도현) 좋은 시추천합니다.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아포리즘(aphorism)이란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로 명언(名言), 격언(格言), 잠언(箴言) 등을 일컫는다. 대개 문장이 단정적이고 내용이 체험적이며 그 표현은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다. 속담이나 격언 등과 유사하지만 아포리즘은 작자의 고유한 창작이라는 점에서 속담과 구별된다.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 한 장>이 바로 이러한 아포리즘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추울 때 불을 피워 방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꺼지면 새로 갈아 넣고 재를 꺼내 버리는 연탄을 시인은 독특한 시각으로 그 특성으로 꿰뚫어 본다. ‘삶이란 / 나 아닌 그 누구에게 /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 제시하며 바로 자신의 삶과 연탄의 다른 점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
이 시의 배경은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 혹은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이다. 정말 연탄불이 생각나는 때이다. 그런 때에 연탄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 하염없이 뜨거워’진다. 그리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먹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시 속 화자는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다. 아니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웠다. 연탄은 소임을 다하면 아무 말 없이 연탄재가 되어 버려지지만 화자는 그런 재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니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라 반성을 하는 것이다
.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때의 연탄은 어떠한가. ‘생각하면 / 삶이란 /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이란 것은 재가 된 연탄이 으깨어져 미끄러운 길을 걷기 쉽게 만드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연탄재이지 않은가. 그러나 화자는 이 또한 몰랐다.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이라고 도치법을 써가며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깊은 반성이 들어 있는 것이다.
제 몸을 불사르고 재로 남아 다시 으깨어지는 헌신. 이 시의 속편 같기도 한 ‘너에게 묻는다’에서 시인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을 ‘연탄재 시인’이라 부르게 된 연유가 이런 시들을 통해서이지만, 아주 사소한 일상용품 하나에서도 그 본질을 꿰뚫어보며 삶의 진실을 발견해 내는 시인의 예리한 통찰력이 부러울 뿐이다. 바로 안도현의 ‘아포리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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