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빛깔이 곱기도 하다. 닭의 장풀
닭장옆에서 자란다고 하여 닭의 장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데...닭장도 사라졌지만...꼭 닭장옆에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자세히보면넘 이쁜 쪽빛 빛깔
닭의장풀(학명: Commelina communis)은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달개비, 닭의밑씻개라고도 불린다.
줄기는 가로로 기어 뻗으며 많은 가지로 나뉘어 있다. 6에서9월경에 다소 반원형으로 접힌 포엽 속에서 1개씩의 청색 꽃이 피어나는데, 이들 꽃은 하루가 지나면 시들어버린다고한다. 한편, 꽃잎 중에서 2개는 크고 청색인데 비해 다른 1개는 작고 흰색이다. 완전한 수술은 2개이고 길며, 다른 4개는 헛수술이다. 열매는 벌어지고, 꽃지름은 2cm 정도인데, 재배종에는 꽃지름이 4cm 정도인 것과 큰 잎을 가지는 것 등이 있다. 주로 밭이나 길가에서 자라며, 한국 각지에 분포하고 있다. 잎과 줄기는 식용하며, 꽃은 염료로 이용한다.
닭의장풀 은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전통 염색에서 청색을 물들일 때 쓰는 염료로 사용한다.
들이나 농촌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여름에 파란색 꽃이 피는데, 모양이 닭의 벼슬처럼 생겼다. 줄기는 마디가 크고, 잎은 어긋나게 붙는데 좁고 긴 달걀 모양이다.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으며, 종기 등의 약재로도 사용된다. 또 말린 풀을 삶은 물은 이뇨 작용을 해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닭의 장풀의 꽃에 함유되어 있는 색소는 메타로-안토시안 류인 콤멜리닌commelinin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달개비·닭개비·닭밑씻개·닭의꼬꼬·압척초·계장초·닭의씨가비·닭의풀꽃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고,
그 색을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번루煩累’라고 기록하고 있다.
아침에 꽃잎을 따서 작은 사기병에 넣고 마개를 닫은 후 하룻밤 놔두면 물이 되는데, 이것으로 모시를 물들이면 야청빛 같다고 하였다.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압척초 꽃은 종이를 진하게 염색하므로 청화라고 한다鴨跖草其花濃者浸染紙呼曰靑花.”라는 기록이 있으며,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꽃의 즙을 취하여 청벽색을 낸다.”라는 기록이 있다. 쉽게 퇴색하는 성질이 있어 책이나 문서에 비점批點(시가나 문장 따위를 비평하여 아주 잘된 곳에 찍는 둥근 점)을 찍을 때 사용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일본에서는 닭의장풀을 ‘노초露草’라는 명칭 외에 모자화帽子花·압두초鴨頭草·월초月草라고도 부르는데, 모자화나 압두초는 꽃의 생김새에서 비롯된 이름이고, 월초는 노초의 옛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개량종 닭의장풀인 대모자화大帽子花, Commelina communis var. hortensis의 액즙을 화지和紙에 흡수시켜 청화지靑花紙를 만드는데, 닭의장풀은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견뢰도가 매우 약하여 직물의 염료로는 가치가 없고, 오늘날에는 호염糊染 등과 같은 밑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다.
달개비 닭의 장풀
달개비의 꽃은 생김새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우선, 수술과 암술의 바깥쪽에 위치하여 수술 및 암술을 보호하는 꽃덮개 두 장은 어깨를 맞대어 활짝 펼쳐져 있습니다. 두 장의 꽃덮개는 소나기가 한 차례 시원스럽게 지난 뒤의 하늘빛을 살며시 떠와서 물들인 듯한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나머지 꽃덮개 한 장은 아래로 내려와 있으며 게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 옅은 흰색으로 수줍게 숨어 있습니다. 위치나 색으로 볼 때 푸른빛의 다른 두 장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가운데로 수술 여섯 개와 암술 하나가 있습니다. 꽃가루가 잔뜩 묻어있을 것 같아 보이는 노란색의 수술 네 개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가짜 수술이기에 정작 꽃가루는 묻어 있지 않으며 그래서 헛수술이라고 부릅니다. 꽃에 꿀이 없는 달개비의 경우 헛수술은 진화과정에서 마련한 독특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가루가 제대로 묻어 있는 수술은 아래로 길게 늘어진 두 개의 수술이며, 그 사이에 무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으로 암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꽃덮개와 수술을 조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으로 생긴 포(苞)가 조금 떨어져 감싸고 있습니다.
모든 식물이 그러하지만 달개비는 보다 더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줄기의 윗부분은 곧게 섭니다. 그러나 줄기 아랫부분은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며 땅을 기면서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다시 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자리를 잡으면 엄청난 속도로 번져나갑니다.
신비스러운 나비의 모습도 닮아 지리산과 같은 신령한 산의 아주 깊은 골짜기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사실 달개비는 무척 흔한 식물입니다.
달개비를 닭의장풀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닭장과 인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 시골에는 집마다 크던 작던 형편을 따라 닭장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날마다 꼬박꼬박 하나씩 낳아주는 알도 얻고, 귀한 손님이라도 맞이해야 하는 날이면 정성을 다한 밥상을 마련하기 위해 키웠던 것이 닭입니다.
닭은 끼니마다 따로 먹이를 챙겨주지 않아도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혼자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모이가 될 만한 것을 쪼아 먹으면서 스스로 커주었지만, 어두움이 내리면 족제비와 삵들이 호시탐탐 닭을 노렸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닭을 지키기 위해 지었던 것이 바로 닭장이었습니다.
닭장의 위치는 집과 집 밖에 있는 뒷간의 사이쯤이었으며, 닭장 바로 뒤쪽으로는 대개 집안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물이 지나는 도랑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닭장 주변의 도랑에서 많이 볼 수 있고 또한 꽃덮개의 모양이 꼭 닭의 볏을 닮았다 하여 이래저래 붙여진 이름이 바로 닭의장풀입니다.
닭의장풀을 그대로 한자로 고쳐 부르는 이름이 계장초입니다. 줄기가 여러 마디로 되어 있는데다 잎은 대나무 잎의 생김새를 닮아 죽절채라고도 하고, 짙푸른 빛깔의 남색 꽃을 피워 남화초, 벽선화라 부르기도 합니다. 순순한 우리말 이름으로는 달개비 말고도 닭의꼬꼬, 닭의밑씻개 등이 있습니다.
봄철에 돋아난 달개비의 어린 잎은 성질이 순하고 쓴 맛이 없어 먹을 것이 궁했던 시절 귀한 먹을거리였으며, 꽃은 의복과 천을 남색으로 물들이는 염료의 원료로 사용하였습니다. 한방에서는 달개비 전체를 잘 말려 압척초(鴨跖草)라는 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압척초는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고 당뇨병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개비가 당뇨병에 도움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특효인 것으로 많이 과장되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때 그 숱한 달개비가 보기 힘들어질 정도로 수난을 당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제 시골에서 조차 닭장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늘이 살짝 드리워지며 습한 기운이 조금 도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라도 닭의장풀은 피어납니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아파트의 그늘진 벽을 따라 달개비 한 무더기가 여름 내내 피어있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그 앞에 무릎 접고 쪼그려 앉아 어여쁜 꽃들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꽃의 빛깔을 따라 파란빛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린 꼬마 친구 한 명이 다가와 앉으며 무엇을 보고 있느냐고 묻기에 달개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출근길이고 꼬마는 등굣길이라 천천히 아주 자상하게 설명을 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꼬마가 달개비에 대하여 얼마나 제대로 알게 된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꼬마의 눈빛이 더욱 맑아진 것으로 감사한 아침이었습니다.
달개비가 세력을 점점 더 펼쳐 사람이 다니는 길까지 밀고 나오는 것이 조금 불안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달개비 무리가 혹시 누군가에 짓밟혀 있더라도 그것이 나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달개비를 만났던 그 꼬마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할 것입니다.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