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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

스물다섯 스물하나 후속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신미아 이병헌 주연

by 아이루스 202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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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후속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신미아 이병헌 주연 드라마가 주말드라마로 시작한다. 

신민아 이병헌 주연의 우리들의 블루스는 어떤 느낌일까?

 

출연진들이 포스터에서 모두다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고 있는 포즈가 독특하다. 

 

기획의도

우리들의 블루스
이 드라마는 인생의 끝자락 혹은 절정,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삶에 대한 응원이다.

응원 받아야 할 삶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때론 축복 아닌 한없이 버거운 것임을 알기에,
작가는 그 삶 자체를 맘껏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다.

하나뿐인 아들(동석)과
살가운 말 한마디 섞지 못하는
일흔 중반의 옥동,

가진 것이라곤 달랑 만물상 트럭 하나와 모난 성깔뿐인
마흔 초반 솔로인 동석과
남편은 물론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오래 산 게 분명한 죄라는 걸 증명하는 일흔 초반 춘희,

하루 이십 시간 생선 대가리를 치고 내장을 걷어내
평생 형제들 뒷바라지하고도 기껏 생색낸다는 말을 듣는
오십 줄의 싱글 은희,

이혼을 당하고 맨몸으로 고향 제주에 돌아온 선아,
가난한 집안에서 홀로 잘나 대학을 나왔지만
그래 봤자 월급쟁이 인생에,
골프선수 꿈꾸는 능력 좋은 딸이 있지만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고 다리가 꺾인 기러기 아빠 한수,

해녀로 물질하며 깡 좋아 먹고사는 것은 두려울 것 없지만
무슨 사연인지 누구와도 깊게 사귀려 하지 않는 영옥과
큰 욕심 없이 남들 다 서울로 갈 때도
고향 제주와 가족들 지키겠다며 선뜻 뱃꾼으로 남아
고작 욕심이라곤 사랑하는 여자와 제주 이 바닷가에서
단둘이 오손도손 소박한 신혼을 꿈꾼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은 정준에게도,

이 지긋지긋한 제주와 삼촌들(아저씨, 아줌마들이 제주 말로는 다 삼촌),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서울로 대학 가려다
덜컥 발목을 잡혀버린 영주와 현이에게도,

자식 잘못 키웠다 욕하는 남들은 그렇다 치자,
죽자 사자 키워 놓은 자식에게 마저도
'아버지가 해준 게 뭐 있냐? 이제부터 내 인생 간섭 마라!'
온갖 악담을 듣고 무너지는 아버지들 방호식과 정인권은 물론,

부모 형제 남편 자식에게 까지 맘 적으로 버려지고
오갈 데 없어 죽고 싶은 맘으로
마지막 실오라기 라도 붙잡듯 찾아온 베프(미란의 입장에선) 은희에게
위로는커녕 상처를 받은 미란과
어느 날 아무 영문도 모르고 엄마와 아빠를 떠나
낯선 제주 할머니 집에 떨궈진 여섯 살 은기까지.

작가는 무너지지 마라, 끝나지 않았다,
살아있다, 행복하라, 응원하고 싶었다.

따뜻한 제주, 생동감 넘치는 제주 오일장,
차고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14명의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인생 이야기를
옴니버스라는 압축된 포맷에 서정적이고도 애잔하게,
때론 신나고 시원하고 세련되게, 전하려 한다.

여러 편의 영화를 이어보는 것 같은 재미에, 뭉클한 감동까지,
욕심내본다.

 

이동석역 이병헌 


사십대 초반, 트럭만물상

제주 태생. 엄마 집이 있지만 가지 않고, 트럭 하나에 의지해 야채며 살림살이 등을 되는대로 싣고 제주 인근 흩어진 섬들을 오가며 섬사람들에게 장사 해먹고, 잠도 트럭에서 잔다. 남들은 그를 두고 태생이 거친 놈이라 하지만, 모르는 소리, 그 역시 남들처럼 평화롭고 싶었고, 깔깔대고 웃고 싶었고 해맑게 장난치고 싶었고 행복하고 싶었다.

가난에 떠밀려 누나 동희가 해녀가 되어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바다에서 죽지만 않았어도, 뱃꾼인 아버지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서 죽자 엄마(옥동)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지 친구인 선주에게 재가만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그지새끼라고 부르는 이복형제들에게 허구헌날 죽게 맞지만 않았어도, 그리고 참 지켜주고 싶었던 첫사랑 그 기집애(선아)가 내 순정을 열일곱 그때, 서른둘 그때, 두 번씩이나 짓밟아 버리지만 않았어도.

...과연,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일까? (은희, 인권, 호식은 그가 선아 이후 두어명의 여자를 만났던 걸 아는지라, 이 말에 쉽게 수긍안하고, 핑계라 여기지만, 어쨌든, 그는 그리 생각한다)

새 아버지의 집을 털어 서울에 왔으면, 잘돼야 했으련만, 그는 하는 일마다 안됐다. 섣불리 시작한 고물상도 망하고, 택시기사 면허를 사려다 사기 당하고. 다시 선아를 만나 상처받고, 그리고 다시 제주. 헌데, 날 처참하고도 초라하게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짓밟고 떠난 그 기집애가, 나보다 더 처참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 나와바리, 제주 앞바다에 다시 나타났다.

콱! 내가 당했듯 밟아줘 볼까? 

 

 

민선아역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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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서울 태생. 말수 적고 차분하다. 태훈은 그녀의 웃음이 이뻐 반했다지만, 자신은 모르겠다. 어려선 웃음이 애교가 많았던 것도 같다. 엄마가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버리기 전까지는.

일곱 살, 유치원을 마치고 나온 선아를 엄마가 다짜고짜 차에 태워 아빠에게 간다고 했다. 선아는 그렇게 엄마에게 버려졌다. 아빠는 이후 선아와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아버지 고향인 제주 삼촌네로 갔다.

재기할 사업자금을 달라는 아버지, 더는 줄 돈 없다는 큰삼촌은 매일 다퉜다. 선아는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그때 들락거린 오락실에서 동석을 만났다. 거칠지만 그래도 제법 착한 동네 오빠.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죽고 싶었던 시절 선아에게 동석은 작은 의지처였다)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회사 동기로 만난 태훈과 사 오년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 결혼하고 아들(김 열,5살)을 낳았지만, 종국엔 헤어졌다. 그녀는 미련 없었다. 근데, 태훈이 아이는 시어머니와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

나에겐 열이만이 전분데,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강옥동


칠십 중반, 작은 밭에 이런저런 고추,감자,깨농사 등등을 지어서, 오일장에 내다 판다, 동석의 엄마

남들이 벙어리라 할 만큼 말수 적고(혼자선 자주 구시렁대지만), 투박하고, 감정 없는 사람처럼 무뚝뚝하며, 그저 일만 한다. 남들 눈엔 순해 보여도, 동석에겐 살갑지도 그닥 순하지도 않다.

목포태생. 뱃일 하는 엄마아버지를 열 살 때 집에 화재가 나 잃고, 동생과 단둘이 남의 집일이나 식당일을 하며 살다(동생은 목포서 살다, 몇 달 전 암으로 죽었다. 죽기 전 그렇게 언니 옥동을 찾았다는데, 글 모르고 길 모르는 옥동은 갈 엄두가 안 났다. 그리고 부고를 들었다), 동네 사람이 막일하는 동석 아버질 소개시켜줘 제주로 시집와 살다 태풍에 남편이 죽었다.

이후, 물이 무섭다는 딸년을(자신도 무서워, 그동안은 밭일만 했는데) 끌고 바다로 들어가 함께 해녀가 됐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근데, 이게 또 무슨 일, 딸년도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남편 죽인 바다는 안 무섭더니, 딸년 죽인 바다는 정이 떨어졌다. 어떻게 살지? 거친 동석이 저 새낀 어찌 키우지, 그때였다. 더는 삶에 자신이 없어진 건. 그래서, 남편의 친구 박선주가 같이 살자는 말에 덥석 그러자 했다. 그와 산 단 건 첩이 된 단 거고, 그의 병든 아내 수발(거의 식물인간)을 해야 한단 거고,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키워야 한단 거고, 동네에서 남편 친구와 붙어먹는단 소릴 들어야 한단 거였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동석일 키울 수 있고, 다시 바다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됐다.

근데, 아들 동석이가 시비를 걸어온다.
제 인생이 엿 같고 지랄 같은 건 다 엄마 때문이라나.
옥동은 개의치 않았다.

 

최한수


사십대 후반, 푸릉 은행지점장

어려선 가난이 싫어 욱하고 괜한 쌈질도 했지만, 다 지난일.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성실하다. 돈 아끼려 혼자 밥 해먹고 술 담배 안하고 집안 살림도 잘하고 누가 봐도 선한 웃음에 포근하고 성실한 샐러리맨.

아내와 자식 사랑이 끔찍하다. 2남 3녀 중 장남,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그가 초등학교 때 막내가 두살 때 도랑에 빠져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남의 집 땅에 깨 농사를 지어 살림을 건사했다. 그는 공부를 잘해 서울로 유학을 갔다. 동생들은 그의 뒷바라지를 위해 허리 아픈 어머니 봉양을 위해 모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육지의 공장으로 식당으로 일찍이 일자릴 찾아 나섰다. (큰 여동생만 제주에 남아 남편과 성실히 일해 말 농장을 하며 살고 있다)

대학 일학년 때 미팅에서 만난 미진과 결혼해선 맞벌이를 해 학자금융자 결혼자금융자 받은 거 갚기에 허덕였고, 딸 보람이가 골프에 재능을 보이고 부터는 더더욱이 사는게 팍팍했다. 그는 아내 미진과 딸을 골프 유학을 위해 해외로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됐다. 미국에 간 보람이는 중학교 땐 승승장구 하더니, 고등학교 들어서서 성적이 곤두박질쳐 현재는 프로 2부에 있다. 포기하기엔 아깝고, 계속 가기엔 코칭비며, 체류비, 대회 경비며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십년 전 집 살 때 퇴직금도 70프로는 당겨 써 없고, 이년 전엔 서울에서 살던 아파트까지 팔았지만 그 돈마저 바닥이 나고 있다.

그 즈음 서울의 은행지점장에서 제주 고향 푸릉의 은행지점장 자리로 발령을 받았다. 자존심은 그만 퇴사하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 무슨 자존심, 퇴직은 가당찮다.

그는 고향으로 간다.

 

정은희


사십대 후반, 생선가게 운영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사남 일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푸릉의 섭섭시장에서 가장 돈이 많은 장사꾼에 억척스럽고 성실하고 똑똑하고 흥도 많지만, 자수성가한 까닭에 세상에서 자신이 젤 잘났단 생각도 많다(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 푸릉에 생선가게를 운영, 그리고 이십대에 산 서귀포 땅에 건물이 올려지면서, 동네에서 준 갑부가 되었다)

아직도 싱글. 그녀의 삶은 늘 생선처럼 비리고, 생선 대가리 치는 것만큼 잔인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갑자기 밭에서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늘 제 편에 서있던 어머니도 밭에서 열사병으로 돌아가셨다. 고등학교 중퇴하고 시장에서 생선 장사 시작하며 동생들 대학 다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수가 제주에 나타났다. 잠시 잠깐 온 게 아니라 발령받아 온 것이다. 그것도 이혼을 준비하면서. 그렇다면 이제 여기서 제법 살겠군.

어쩌면 사랑도 가능할지도,
팍팍한 그녀 가슴에 촉촉한 설렘이 찾아왔다.

 

 


이영옥삼십중반, 애기해녀 1년차(하군)


남자들은 영옥이 가끔 쌈닭 같긴 해도 천성이 밝고 맑고 재밌고 귀엽고 무조건 사랑스럽다지만, 그건 사랑의 콩깍지가 씌인 탓. 자신의 험한 꼬라질 보지 못한 까닭인 걸 영옥은 명명백백 알고 있다. 남들 앞에선 온갖 밝은 척 착한 척 내숭 떨지만, 저 깊은 속내는 음흉하고 야멸차고 이중적인, 저만 아는 이기적인 못된 기집애.

부모님은 착하지만 일찍 죽어버렸고 이모네 식구들 집에 얹혀살다, 18살까지는 보육원에서 지내게 된다. 놀리는 애들과 영옥은 매일 싸우다시피 했다. 지긋지긋한 싸움이었다. 영옥은 일거릴 찾아 인천 시계공장으로, 다시 강원도 카페로, 옷 가게로 그리고 현재는 제주로 내려와 해녀 학교를 나와 애기 해녀가 되었다.(밤엔 실내포장마차를 한다) 그리고, 해녀 배를 모는 선장인 정준과 썸을 타는 중.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가볍고 경쾌하게 심각하지 않고 쿨하게 아슬아슬 하고도 짜릿하게 동네사람들 눈 피해 잠자리나 하면서 깔깔대고 즐겁게 지내면 될 걸,

왜 정준은 이렇게 진지한 건지,
왜 내 속을 뒤집는 건지.

 

 

박정준


서른셋, 선장

천성이 맑고 따뜻하고, 그렇다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마다 열심히고 성실해 누구에게나 신뢰가 높다. 건강하게 농사짓는 아버지 어머니(정준이 사는 항구와 떨어진 윗동네에서 기준과 함께 산다)가 계시고, 자신과 함께 뱃일 하고 잡일하는 동생 기준이 있다.

제주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서너 개의 직업을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말해 돈 되는 일은 다 한다. 물질하는 해녀들을 바다와 육지로 데려가고 데려오며 뱃삯을 받고, 바다 나가 낚시를 해서 인근 횟집에 활어나 선어를 대고, 은희 생선 가게의 경매를 돕고, 함께 오일장에서 일당을 받고 생선을 팔기도 한다. 버려진 버스를 리모델링 해 이쁘게 카페처럼 꾸며 바닷가에 살 만큼 낭만도 있다. 배 살 때 빌린 은행대출을 갚고, 다시 대출받아 바닷가 근처에 18평짜리 아파트도 살 계획이다.

정준은 영옥이 첫눈에 맘에 들었다. 육지 처녀가 물질한다고 하는 것도 이쁜데, 털털하고 어른들 하고 잘 놀고, 물질도 욕심껏 성실히 잘 하는데다 자신에게 눈웃음을 치며 '헤이 선장' 하고 부를 땐 애간장이 닳았다.

그녀만 보면 기분이 좋아져 자신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니, 조만간 영옥에게 나 어떠냐 사귀자 하려는데 동생 기준 왈, 영옥이 좀 헤퍼 보인단다. 강릉에서 온 배선장과 뻑 하면 제주시로 놀러를 다닌다나?

해녀 할망들 사이에선 영옥이 거짓말을 한다고 하고,
그것도 모자라 영옥에게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
이건 뭐지 싶다.

 

현춘희


일흔 초반, 상군 해녀

말수 적고,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것도 까탈스럽지 않고 그저 무던하다. 어려선 명랑하단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세파가 그녀를 그리 말없이 덤덤히 큰 어른으로 만들었다. 집이 좀 살았으면 양장 같은 기술이라도 배웠겠지만 형편 안 되는 집에서 태어나 열 셋에 보말 주우면서 시작한 물질이 벌써 60년, 지금은 먼 바다까지 나가는 해녀 중에 해녀, 상군 해녀다.

그러나 물질로 돈 버는 것도 다 옛말, 요즘 바다엔 물건도 많이 없고, 양식도 많아 돈이 안된다. 서운하지 않다. 그리 잡아먹으니 없을 만도 하다 받아들인다. 생계를 위해서도 있지만 시간 죽이는데 노동만큼 좋은 게 없어서, 옥동과 여기저기 밭에 날품을 팔러 다니기도 하고, 은희 가게에서 생선다듬기를 하기도 하고, 그것을 오일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가난한 집에 열여덟에 시집와 억척스럽게 살며 아들 넷을 낳았지만, 현재는 마흔에 얻은 늦둥이 막내 만수만 남았다. 결혼 후 십 년 만에 얻은 귀한 쌍둥이 아들들은 태어나자 두 어 번 울고는 이유도 알 수 없이 죽고, 둘째, 아니 셋째는(은희,인권,호식의 동창) 스물이 되기 전에 술 먹고 고랑에 빠져 죽었다. 그리고 셋째가 가버린 그해, 덜컥 남편이 폐병으로 죽었다. 인생 참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말도 없이 결혼해 살던 만수가 오년 전, 손녀 은기를 낳아 들고는 밝은 얼굴로 찾아왔다. 순하고 밝고 이쁜 며느리, 해선은 열흘에 한번씩 꼭꼭 전화를 해왔고, 욕심 없는 그녀는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그런데 아들과 며느리가 일이 바쁘다며 잠시 맡겨두고 간 은기 이 놈,
하루만 맡아봐도 너무 힘들다.
얌전하긴 개뿔.

 

 

손은기

여섯 살, 춘희의 손녀. 유치원생

목포에서 엄마인 해선과 아빠인 만수와 함께 산다. 아빠 집인 제주도는 두 살 때 왔다 하는데 기억에 없고, 할머니 춘희는 가끔 일 년에 한 두번 아빠가 해주는 화상 통화로 본 게 전부다. 

또래에 비해서 늦된 편이라 아직 한글도 더듬더듬 읽고 숫자도 10 넘어가면 잘 모른다.
춤추는 걸 좋아하지만,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선 안하고 엄마아빠한테만 보여준다. 아빠는 큰 덤프 트럭 장거리 운전을 해 자주 못 보지만, 그래서 볼 때마다 더 반갑고 더 좋다.

어느 날 아빠가, 은기의 팔에  볼펜으로 一心(이 그림은 만수와 춘희의 팔에 있는 문신이다. 만수는 고향을 떠나며 엄마 춘희를 잊지 않기 위해 춘희에게 있는 문신을 제 팔에도 새겼었다. 춘희의 팔에 있는 문신은 제주 해녀들끼리 서로 공동체를 다지며 어려서 새긴 것이라 조악한 그림같다)을 그림 그리듯 써주며 말했다. '은기야,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갈 때는 제주도로 이사하자'. 은기는 목포에 친구가 많아, 제주도가 싫다 하니, 아빠가 다시 말했다. '제주도 바다에는 달님이 백 개 씩 뜬다? 엄청 멋있는데! 너 진짜 그거 보러 안 갈래?' 은기는 그 말에 혹했다. 달님 하나도 이쁜데 백 개의 달님이라니! '좋아!' 은기는 그렇게 아빠에게 제주 이사를 허락했다.

은기는 다음날이 유치원에서 수영장을 가는 날이라서 엄마가 사준 레시가드에만 관심이 쏠렸었다. '이거랑 같은 걸 산 애는 없겠지? 내게 젤 이쁘겠지? 다들 부러워하겠지?' 은기는 그날 들떠 레시가드를 입고 잠이 들어 버렸다.

은기가 잠에서 깨 눈을 떴을 땐
제주행 페리 위였다.

 

정인권


사십대 후반, 오일장 순댓국밥집 운영

욱하는 성질에 말도 거칠지만, 그건 못 배워 그런 것 일 뿐, 천성은 그렇지 않다. 나름 인정도 많고 의리도 있다. 호식이 에게 까지 줄 의리는 없지만. 제주 지역 오일장을 돌며 순댓국을 팔고, 오일장이 없는 날은 가내수공업으로 순대를 만들어 근처 순대국밥집에 순대를 공급한다.

그가 첨부터 고단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다. 대대로 그의 집안은 오일장에서 순댓국을 팔아왔다. 그의 부모도 당연히 그랬다. 가난의 대물림. 아무리 순대를 팔고 썰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 형편, 그는 어릴 때 그 가난이 싫어 무작정 집을 뛰쳐나가 깡패가 됐다. 주먹이 세고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맷집과 독종 기질 때문에, 아무도 그에게 근접을 못했다. 덕분에 서귀포 제주시 일대 나이트클럽 기도들의 우두머리가 됐다. 승승장구처럼 보였다. 아내가 이혼하겠다며 아들 현이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한날, 뜨거운 순댓국 두 그릇 머리에 이고 돈 만원 벌겠다고 배달 가던 어머니가 트럭에 치였고, 애끓는 어머니를 그렇게 보내고서야 인권은 정신이 차려졌다. '인권아 자식 부끄럽게 살지 마라' 그 듣기 싫던 잔소리가 장례 내내 유언처럼 들려왔고, 이제부턴 아들놈한테 쪽팔리게 살지 말자, 다짐하고 그 후로 누가 봐도 반듯하게 현이를 키우며

자길 버리고 간 아내에게 보란 듯이
순박하고 착실하게 순댓국을 팔고 있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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