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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가을시 가을바람

by 아이루스 2024.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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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가을시

가을 바람-----이해인 수녀님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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