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꽃
오동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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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나무꽃이 피면, 마음에도 보랏빛 그늘이 진다
5월의 햇살 아래, 동네 산책길 끝자락에서 처음으로 오동나무꽃을 마주했다. 수줍게 피어 있을 줄 알았건만, 오히려 위풍당당하고 당당한 자태였다. 그 키 큰 나무 끝에서 내려다보듯 피어 있는 연보랏빛 꽃들은, 어딘가 위엄 있고 조용한 웅혼함마저 풍겼다.
오동나무는 예로부터 귀한 나무로 여겨졌다. 봉황이 앉는 나무, 악기를 만드는 나무, 여인의 혼수를 준비하던 나무. 그런 사연이 깃든 나무에 꽃까지 피었으니, 그 모습은 단순한 봄꽃과는 달랐다. 은은한 보랏빛, 크고 넓은 잎 사이로 드문드문 핀 꽃들은 마치 시간과 기억 사이에서 오래도록 자신을 지켜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꽃은 종 모양에 가까운데, 가까이 다가가면 달큰하면서도 깊은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흔히 말하는 ‘봄의 향기’와는 조금 다르다. 좀 더 묵직하고, 어딘지 모르게 시간을 통과해 온 듯한 느낌이 있다. 그런 향은 사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나뭇가지 위에서 부드럽게 흔들리는 꽃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왜 이제서야 이 꽃을 알아보았을까. 아마도 그 키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 눈높이보다 훨씬 위에 피어 있으니, 무심히 걸어다니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오동나무꽃은 아는 사람에게만 그 아름다움을 허락하는 듯하다. 가까이 다가가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잠시 멈추어야만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인생의 어떤 장면과도 닮아 있다.
오동나무꽃을 보고 돌아오는 길, 마음 한켠이 조용히 젖는다. 이 꽃은 화려하지도 않고, 흔하지도 않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의 그 짧은 시간 동안만 피는 이 꽃은, 찰나처럼 지나가기에 더 눈부시다.
어느새 다시 걷는다. 다시 일상이다. 하지만 오늘, 오동나무꽃을 본 기억은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한 보랏빛 그림자로 남아 오래도록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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