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시 이해인 나태주
개나리꽃----이인석
활짝 핀 개나리꽃이
울타리마다
얼굴을 내밀고 섰다
안녕하시냐고
반가이 인사하는 것일까
안타까이 기다리는 사람 있어
발돋움하는 것일까
일제히 부르는 소리
손들어 저으며
그리운 사람을 찾는 소리
꽃잎마다 눈동자가 되어
그리운 사람 찾는구나
꽃잎마다 얼굴이 되어
그리운 이를 부르는구나
서울에도
평양에도
지리산 산골 마을에도
백두산 기슭 어느 외딴 마을에도
개나리꽃이 피었건만
기다려도 올 수 없는 사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부르는 소리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손을 젓는 모습
이젠 그만 하라고
한결같이 아우성치는 소리……
개나리----이해인·수녀님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개나리-----정세훈
개나리가
창끝이 되어
내 동공으로 파고듭니다.
잠들지 말라고
깨어 있으라고
예수처럼 오고야 말
봄날을 위하여 예비하라고
후미진 울 밑으로부터
녹슨 공장 울타리를 타고 올라와
날카롭게 내 허기진 노동을 재촉합니다.
하품 나는 졸리운 삼월에.
개나리 꽃대에-----나태주
개나리 꽃대에 노랑불이 붙었다. 활활.
개나리 가늘은 꽃대를 타고 올라가면
아슬아슬 하늘 나라까지라도 올라가 볼 듯 …
심청이와 흥부네가 사는 동네 올라가 볼 듯 …
개나리-----정재영
겨우내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
빈혈기 가시지 않아
어지러움만 더하고
아직도 찬바람에
헛기침만 해대는 강가는 살얼음인데
황달기로 누렇게 뜬
서울의 개나리----손석철
서둘렀습니다
매연과 턱밑까지 깔린 아스팔트 열기
소음과 아귀다툼
빈부와 노동과 땀 서러움과 분노와
숨이 막혀 빨리 꽃잎을 내보냈습니다